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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 장편 소설]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 15년 전 끔찍한 사건은 그들의 우정도 깨어버리게 만들었다.

한국 도서

by SOON PARK 2025. 2. 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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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남자는 쪼그려 앉아서 시체를 내려다봤다. 삽으로 찍은 뒷머리가 파여 희끗한 뼈가 드러나 있다. 새삼 인간의 뼈가 이렇게 단단했나 싶다. 그토록 여러 번 온 힘을 다해 내리찍었는데도 아직 견고하게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급소를 정확히 공격했으니 고통은 적었을 것이다. 깔끔한 마무리다. 그런데 갑자기 시체가 꿈틀거렸다. 남자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단번에 끝내는 것이 예의인데, 무례한 살인이 되고 말았다. 의식이 돌아오면 고통을 느낄 것이다. 남자는 다급한 마음으로 삽을 다시 들어올렸다. 그러고 고통을 끝내주겠단 선한 마음으로 머리를 다시 한번 내리찍었다. 쩍. 잘 익은 수박이 갈라지는 소리가 적막한 산을 울렸다.    - 9p -

 

어릴 적 집 마당에 나가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컴컴한 밤하늘을 가득 울리고 있었다. 심호흡을 한 뒤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찢었다. 두 번 접힌 종이를 펼치자 짧은 메시지가 프린트되어 있었다. 

선양 경찰서에 체포된 용의자의 변호를 맡을 것.
만일 그러지 않을 경우 15년 전 그 날의 일을 낱낱이 밝히겠다.
용의자 : 에덴 병원 간호사 33세 유민희
혐의 : 살인 

편지 봉투엔 우표조차 붙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연휴다. 범인은 도진이 회사에 출근했을 거란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단 말인가?       - 32p -

 

대체 자신에게 협박 편지를 보낸 자는 누구일까.
사실 15년 전 발생했던 그 사건이 전부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다. 악몽처럼 몇 장면만 흐릿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피가 고인 눈동자, 나무들을 뒤흔들던 비명, 거친 숨소리,  뚝뚝 끊어진 영상을 보는 것과 같았다. 다만 알고 있는 것은 그 사건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던 친구들 다섯 명 가운데 두 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은 세 명 뿐이다.  자신을 제외한 둘, 그들 가운데 누가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것일까? 15년이나 흘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왜? 
  - 66 p-

 

"생각해보니 좀 이상해서 그래."
"됐어! 드디어 가는 거야!" 민재가 기쁨에  못 이겨 도진을 향해 뛰어갔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서현이 유치하단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따라나섰다.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날 갑자기 에덴 병원을 향하게 된 것이 과연 아이들의 의지였는지 의문이 든다. 세상에는 그런 일들이 있다. 지나고 나면 이미 정해진 운명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그런 일들이.      -135 p -

                                    

< 책을 읽고>  첫 장을 펼치자마자 단 숨에 읽어 내려간 소설책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가독성 몰입감이 너무 좋아서 읽으면서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뇌리에 팍팍 박히고 군더더기 없는 인물들 묘사와 지루할 틈이 없는 현재와 15년 전 사건을 오가는 흥미진진한 구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박영 작가님 책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 ^^

사건의 시작은 선양의 에덴 병원에 원장이 죽었다. 형사 정연우와 김상혁이 파견되고 용의자는 잡혔다. 하지만 간호사인 그녀를 변호하기 위해 차도진 변호사가 오면서 사건은 더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차도진은 15년 전 일로 어릴 적 친구들과 등을 지고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누군가의 협박에 의해서...  선양의 폐광촌에서 자행되고 있었던 차요한 원장의 만행과 그 진실을 알아버린 아이들! 그 끝엔 엄청난 반전이 우리 앞에 나타나 충격을 준다.ㅋ

스토리 구성이 탄탄해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시점이 와도 전혀 몰입도가 깨어지지 않아 더 좋은 작품이다. 사건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재미와 진범은 누구일까? 추리에 추리를 더하게 된다. 음모론의 실체를 알아갈수록 반전에 반전이 놀랍다. 마지막엔 슬프기까지 했다. 

내가 좋아하는 범죄 추리, 미스터리, 심리, 스릴 모두 갖춘 종합 선물세트 같은 소설책이었다. ^^  (딱 한 가지 아쉽다면 도서관에서 책 제목만 보곤 낙원? 창백한 손... 음... 애정 소설인가 보다. ㅎ 근데 표지는 또 음침해서 내용을 보다가 급 대여해 왔다. 책 제목이 좀 더 짧거나 묵직했다면 더 인기를 끌지 않았을까? 물론 작가님이 고심해서 지으셨겠지만, 나름 더 많은 인기를 끌 베스트셀러 책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을 다 갖추어서 안타까움에 오지랖을 부려본다. 조만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지 않을까? 작은 소망을 담아~ ^^ 빌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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