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나연만 장편 소설] 돼지의 피 -" 어떤 일은 죽어야 끝난다." 잔혹함의 서사가 시작된다. 23년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최우수상작.

한국 도서

by SOON PARK 2025. 1. 4. 10:25

본문

반응형

라텍스 장갑을 낀 손으로 안치호와 사준우를 차례로 방바닥에 끌어다 놓는다. 그리고는 주방용 고무장갑, 철사, 나이프, 커터, 비닐봉지를 한 곳에 놔둔다. 숨을 고르면서 생각한다. 

안치호는 목이 와이어에 졸린 채로 질식되어 꿈틀거린다. 무기력한 반항이다. 안치호의 움직임 탓에 주머니에 들어 있던 갤럭시노트와 녹색 지포라이터가 슬금슬금 빠져나온다. 마치 살겠다고 기어 나오는 것 같다.    - 9p -

 

박한서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의 말대로 자신이 안치호를 태워버린 건 사실이었다. 다만 발목만 남겼을 뿐. 그의 말이 자신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불안했다. 준우는 박한서의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넣어 검색했다. 그와 통화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박한서의 전화번호는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어디에서 본 적이 있을까. 끝 번호가 7789였다.
잠시 후, 엄청한 충격이 머리를 울리고 지나갔다.
" 곰......"
준우는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육성을 내뱉었다.
7789는 안치호의 핸드폰을 울렸던 부재중 전화의 끝 번호였다.          - 103p -

 

컴퓨터 앞에 앉은 백상이 중얼댔다. 사랑한다는 말은 진심인지도 몰랐다. 윤대수는 달랐다.
백상은 윤대수에게 가사도우미를 포함한 다섯 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들을 찾아낸 이야기, 그들이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줬던 순간,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들.

윤대수는 가장 아름다웠다. 그러나 윤대수는 자신을 무서워했다. 결국, 윤대수가 그들 중 하나가 된 것은 슬픈 일이었다.

하지만 윤대수는 자신에게 유산과도 같은 핸드폰을 남겼다. 그의 핸드폰은 다른 조그만 세계를 하나 열어주었다. 윤대수가 보육원 출신으로 연고가 없다는 사실은 그를 만난 지 며칠 만에 알게되었다.
누군지 모르는 그의 부모에게 감사했다.                  - 178p -

 

 

<책을 읽고>  책 제목이 연상하듯이 잔인하다.  한 사건에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살인 사건에 주인공이 얽히면서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스토리가 몰입감은 있었지만 끝이 생각보다 뭔가... 정리가 잘 안되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살아가는 준우에게 어느날 어머니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다. 부모님은 준우가 어릴 때 이혼을 했고 엄마는 자신이 데리고 온 딸 누나 준서와 집을 나갔다. 어머니를 죽인 범인은 잡히지만 검찰의 구형은 징역 15년에 불과했다. 복수심에 그의 출소를 기다렸다. 하지만... 복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자신이 죽이진 않았지만 시신을 은폐하면서 사건에 공범자가 된 준우! 밝혀야 한다. 누가 죽이고 나를 이용한 건지? 또 다른 살인자 백상과 연쇄살인을 추격하는 박한서 형사, 형사가 된 그의 누나 준서까지 누가 진짜 범인일까?  

두 사건을 하나의 연결 고리로 만드는 시점부터 좀 몰입도가 반감이 되었다. 박한서 형사나 준서의 서사가 좀 더 나와야 이해가 될텐데...많이 아쉬웠던 부분이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독자가 짐작은 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납득은 안된다고나 할까?  살인자 백상과 살인을 하려고 했던 준우를 보며 피는 타고 나는 걸까? 환경 때문에 만들어 지는 걸까?  돼지의 피가 아닌 인간의 본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책이였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