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세상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
나는 그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구운 과자인 비스킷처럼 그들은 쉽게 부서지는 성향을 지녔다. 비스킷은 잘 쪼개지고, 만만하게 조각나며, 작은 충격에도 부서진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상에 고립된 비스킷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비스킷은 눈에 잘 띄지 않기에 유령이나 초자연 현상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 7p -
"몇 단계야?"
"1단계."
비스킷은 대부분 1단계에 머문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적어도 한 명 이상이 지속적인 관심을 주면 유대감을 통해 자신을 지키는 힘이 유지되기 때문인 것 같다. 학교나 학원에서 따돌림을 당하더라도, 가정에서 지지받고 힘을 얻는다면 2단계나 3단계까지는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스킷 1단계는 아직 꺼지지 않은 자존감의 불씨를 어떻게 살려 내느냐가 중요하다. - 17p -
자존감은 자신과 타인을 얼마나 믿느냐를 보여 주는 지표이다. 자신으로부터 더는 도망치지 않는 길이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라는 걸 본증적으로 깨달은 비스킷이 점차 존재를 드러냈다.
아주 희미하게 어린 여자아이가 보였다.
나는 비스킷을 조심스럽게 업었다. 손아귀에 느껴지는 건 뼈뿐이다. 뼈를 어르며 내가 느낀 감정은 정의감도, 연민도 아니다. 인간으로서 느끼는 참담함이었다. 얼마나 오래 학대한 걸까. 얼마나 오래 학대당한 걸까. 참담함이 분노로 변하여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은 비스킷이 서서히 내 등에 기대어 왔다. - 198p -
비스킷은 자신을 소외시키는 주변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다. 세상에서 소외되면 많은 사람들은 자존감을 잃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용기마저 잃고 만다. 그렇게 스스로 고립을 택하고 자신을 지켜 낼 힘을 잃으면서 단계를 넘나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스스로를 지켜 내기 위해 힘껏 노력하지만, 꾹꾹 눌러 담았던 쓸쓸한 마음이 어쩔 수 없이 왈칵 쏟아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모습이 희미하게 깜빡거린다. - 217p -
<책을 읽고> 난 청소년 소설책을 어른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한다. 이 소설책은 [제 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청소년 부분 대상] 작이다. 첨엔 판타지 소설책인가? 아들이 읽으면 좋겠다 싶어 내가 먼저 읽어보고 책을 권했다.
판타지 소설에 [비스킷]이라니? 뭘까. 많이 궁금증을 유발했다. 우리가 아는 비스킷이 맞다. 맛있고 완벽한 형태 일 때는 누구나 탐하는 과자! 하지만 쉽게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버리기도 하는 연약한 존재로 인간을 비스킷에 표현해 낸 작가님. 아이들 눈높이에서 사회적인 불합리성을 자극적이지 않게 그러면서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모두 나서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토리가 감동적이다 못해 어쩌면 나도 그런 존재였을 때가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는 어떨까?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주는 책이다!
소설책의 주인공은 청각이 예민한 아이다. 그런 성제성이 비스킷이라는 존재를 볼 줄 아는 특별한 능력이 생겼고 이 비스킷은 그저 아이들이 만들어낸 존재감 없는 사람들,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숨겨서 사라진다는 그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어린아이들 학대나 청소년 왕따로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 성인이 되어도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 역시 학교의 연장선처럼 따라다니는 병폐들이 난무하는 이 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해 당하고 죽어야 했던 많은 사람들을 우리가 돌아보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그들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비스킷이라는 달콤한 단어가 이런 큰 경각심을 일깨우게 해주신 김선미 작가님께 존경과 감사드리며 꼭! 많은 청소년들이 책을 읽었음 한다. 물론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정말 좋은 2025년 첫 소설책이 될 것이다. 그 긴 여운이 너무 오래 남아 아이랑 같이 책을 읽고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정말 이 책을 추천드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의 어둡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다보면 아이들은 읽는게 어렵고 지루하며 더 기피하는 현상이 생길수 있을텐데 작가님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유머스러운 글발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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