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인 장편 소설] 킬 에이저 (kill-teenager) - 끔찍한 살인마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보낸 메일! 그는 자기 스스로 킬에이저라고 정했다.
1. 인터뷰
주차장은 바늘 하나 꽂을 틈 없을 만큼 꽉 차 있었다. 해수는 운 좋게 얻어걸린 자리에 차를 대고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아슬아슬한 옆 차와의 간격 때문은 아니었다.
나 연애 필요 없어.
해수는 아들 도윤의 책상에서 발견한 쪽지를 떠올리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사랑 따위 필요 없다는 단정한 거절은 수줍게 고백을 전한 도윤의 메모에 대한 답장이었다. 한마디로 도윤의 고백을 상대가 거절한 것이었다. 전학하자마자 고백이라니, 해수는 아들의 엉뚱함에 기가 찼다
- 7p -
'용범이는 위험한 애야.'
열일곱 소녀 시절, 친구가 속삭이던 말이 꿈결처럼 떠올랐다.ㅋ
'용범이 걔, 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다 망가뜨리는 애야. 그러니까 해수야. 얼른 도망가.'
옛 친구의 속삭임이 어제의 일인 듯 생생하게 귓바퀴에 감겨왔다.
해수는 두려움을 숨겨야 한다는 생각에 주먹을 꼭 쥐었다. 약자임을 들키면 죽는다. 그것이 이제껏 해수가 체득한 생존 방식이었다.
정신 차려야 한다. 다짐하고서야 용범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한때 소년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 있던 괴물이 어른의 가면을 쓴 채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56p -
갑자기 발등에 코피가 뚝 떨어졌다. 불길한 징조였다. 약효가 떨어져 가는 걸까? 태은은 신경질적으로 몸을 닦고 밖으로 나갔다. 코피가 터졌다는 이유로 하경이 호들갑을 떨었고 그 바람에 기분이 배로 나빠졌다. 하지만 진짜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일은 따로 있었다. 새벽에 도착한 익명의 문자 메시지 때문이었다.
난 누가 준우를 죽였는지 알아. -121p -
"학교에만 20년 넘게 있다 보니 별의별 사건을 다 보게 되더군요. 당연히 학생들 범죄도 비일비재하고요. 절도, 폭력, 성범죄, 자살... 살인 빼고는 다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중 어떤 사건도 죗값을 제대로 치르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 소년법이 적용되는 나이니 그럴 수밖에요."
해수는 형식적으로 대꾸했다.
"은조가 죽었습니다. 어른이 죽였건 아이가 죽였건, 그 녀석이 돌아올 수 없다는 건 달라지지 않겠죠. 그런데 왜? 범인이 누구냐에 따라 죗값이 달라져야 하는 걸까요?"
해수는 그제야 범인이 제자가 아니었으면 하는 청규의 바람을 읽었다. 범인이 미성년자라면 그가 원하는 만큼의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없다. 그러니 딸을 잃은 아버지 입장에서는 범인이 법망을 피해 갈 수 없는 성인이길 바랄 것이다. 해수 역시 그와 같은 마음이었다. - 257p -
<책을 읽고> 최근 범죄 스릴 소설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사이코패스다. 물론 범죄적인 성향이 강한 사이코패스가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으니 소재가 사이코패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당연하진도 모르겠다. 이 소설책도 누가 진정한 사이코패스인가? 순위를 가리는 것 같았다. 모든 아이들의 성향이 사이코패스처럼 보이고 그렇게 행동하는 모습이 끔찍하다.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지도 책을 읽는 내내 모르겠다. 심지어는 프로파일러인 주인공 강해수도 어릴 적 범죄에 연관되어 친구의 살인을 덮어버리기도 했다. 옛 친구 용범의 범죄를 덮어버렸던 사실에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아 억울한 사람들이 당하고 마는 현실을 고발하고자 하는 내용이지만.... 개인적인 아쉬움은 강해수가 그토록 죄책감에 떨고 무서워한 그 사건과 용범과 그 주위에 엮인 인물들이 마지막에 밝혀지면서 의아해지는 뭔가 뭉텅이로 잘려나가 버린 이야기의 뒷부분이 없어 궁금하다. 왜?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ㅎㅎ 뜬구름 없다고나 해야 할까 (스포라 자세히는 안 씀)
반전의 신선함과 범인을 추리기 힘들었던 부분, 미스터리에 미스터리를 더해서 범인에게 도달하기 위한 모든 것을 갖추어진 재미있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한번 읽으면 끝까지 그자리에서 다 읽게 만든다.
요즘 말도 많고 탈많은 촉법소년처벌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자 하는 작가님의 메시지 전달이 와닿는다. 하지만 중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버리게 되는 약에 대한 의문점들이 속 시원하게 풀어지지 않고 결말이 너무 급하게 일단락 지어지는 듯한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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