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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장편 소설] 치팅 데이 (CHEAT DAYS) - 악인을 사랑하는 살인마

한국 도서

by SOON PARK 2024. 12. 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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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마을 숲 속에 괴물이 살고 있었다. 괴물은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싶었지만, 사람들은 흉즉하게 생긴 그를 마을로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괴물이 어쩔 수없이 다시 어두컴컴한 숲속으로
돌아가려는데,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가면을 써 봐. 그럼 아무도 네가 괴물이라는 걸 모를 거야."

괴물은 곧장 그 사람이 준 가면을 쓰고 다시 마을로 돌아갔고,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ㅋ
그토록 동경하던 마을로 들어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마을 사람들은 놀랍게도
전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가면 아래 그들의 진짜 모습을 감춘 그와 같은 괴물들이었다. 

1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선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정해 놓은 그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
그것이 사회적 예의이고, 서로와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31p-

 

치팅 데이를 정한 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기도 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을 조절하다가도 자신이 정한 하루쯤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용서가 되는 날을 치팅 데이라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평소에 건실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다 가기 위해서는 나에게도 분노를 표출할 수단이 필요했다. 참고 살면 병이 나가 마련이니까.

그래도 배가 고프다고 아무거나 주워 먹고 탈이 나지 않으려면 항상 신중하고 냉정하게 행동해야 한다. 흥분해서 일을 저지르면 실수해서 꼬리를 잡힐 확률이 크다. 제일 중요한 건 들키지 않는 것이다.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도 내게 잘못을 묻지 않을 것이다.               - 46p   -

 

내가 만약 정말 엄마가 바라던 대로 평범하고 선한 사람이었다면, 그래서 엄마를 죽게 만든 그 사람에게 벌을 내리고, 내가 엄마 없이 괴로움 속에 보내게 될 시간들을 보상해 줄 수 있을까.
엄마에게 묻고 싶었다. 엄마는 내가 아는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 내 곁엔 방향을 제시해 줄 엄마가 존재하지 않았다. 내 기준에 따른, 내가 정하는 선과 악이 이제는 내 법이자 정답이었다.

나는 남자를 거실 천장에 매달아 자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마음속에 아무런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동정심도, 죄책감도, 후련함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해냈다는 생각만 들었다.        - 77p -

 

 

<책을 읽고>  첨엔 음... 음식 이야기 인가? 궁금해서 책을 펼쳐보았다. 아니군... 싸이코패스 이야기군! 제목이랑 사이코패스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어 읽기 시작하면서 쭈~~욱 완독을 했다. 207p이지라 읽는 건 지루하지 않고 가독성도 좋았다.

우리가 흔히 알듯이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아예 없거나, 중증도의 지체 수준이다. 반사회적인 성격 장애인데  주인공 희태는 사실 사이코패스보단 비질란테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희태가 사패라고 하며 읽기엔 공감이 덜되었다. 반면 또 다른 사이코패스 동규는 달랐다. 그는 진정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가지고 행동했다.

나름 다른 이 둘을 이해해 보자니 둘의 어릴 적 아픈 가족사들은 같았으나 단  하나!  희태는 엄마의 사랑과 도움으로 옳고 그름을 교육받았었고 동규는 그저 버려진 아이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모든 상황들이 좀 이해가 되었다. 사이코패스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자라온 환경에 의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연구도 들은 기억이 났다. 

암튼... 희태만의 치팅 데이에 동규를 마주하게 되면서 이 구역의 사이코패스는  나 하나야!라고 외치는듯한 둘의 전쟁이 시작된다. 마지막엔 반전에 반전을 엿보는 재미가 솔솔한 작품이었다.  나의 허를 찌른 등장인물은 밤새 이 작품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저 스릴물을 즐겨 읽는 직장인이라는 이현진 작가는 앞으로 더 놀라운 작품으로 다가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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