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거실은 온통 붉은색이었다. 바람이 유순해 파도조차 게으르게 철썩이던 날이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화창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새파란 세상 속에서 오직 한곳만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거실 창을 깊숙이 파고드는 저녁노을이 아니었다. 붉은 색종이로 오려붙인 커다란 장미도 아니었다.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흘러나온 건 분명 사람의 피였다, 아니, 피였다고 했다. 그날 두 사람이 죽었다. 엄마와 남자. 그것이 전부였다. 6년 전 기억은, 파도가 쓸어 간 모래처럼 사라져 버렸다. 영원히 떠오르지 못하도록 깊이 더 깊이 침잠해 들어갔다.
"가끔 그런 날이 있어. 온 우주가 나 하나 잘못되기를 기원하는 날. 단순히 운이 없거나 재수 없다는 말로 부족한....... 신이 작정하고 나를 파괴하려는 날 말이야." -169p
쓸데없는 얘기일 리가 . 누군가에게 한번쯤은 털어놓고 싶었겠지. 파도가 섬 귀퉁이를 깎아 내도, 모래가 되어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뿐이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도 같지 않을까. 서서히 부서져 내릴 뿐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미풍에도 잔잔한 바다가 깨어나듯, 인간의 마음속에 참잠한 것들은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부유한다. 애써 외면했던 기억과 상처를 아프게 불러들인다. -183p
섬은 가장 밝고 화창할 때 사람들이 찾는다. 그러나 오래 머무는 이는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잠시 만났다가도 머지않아 등을 보인다. 상대가 눈 덮인 추운 겨울을 지나고 있다면 더더욱 빨리. -221p
<책을 읽고>
이름이 이쁜 '이수'라는 아이, 하지만 이름처럼 슬픔이 가득 할 것만 같은 아이! 그랬다. 엄마는 항상 아이를 버렸지만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할머니는 이수를 손자로 받아주었다. 왜? 그 사건 이후 할머니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이수와 함께했다. 제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는 진정한 어른에게 치유되고 있었다. 어찌 보면 모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섬에 갇혀사는 게 아닐까 싶다. 풍요로운 섬 일수도 있고? 죄인처럼 감옥 같은 섬 일수도 있다. 그걸 만드는 것 또한 나 자신 아닐까?
이수가 자신만의 섬에서 벗어나고 있을 때 너무 기뻤다. 하지만 또 다른 선택에 마음도 아팠다. 어찌 보면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보내야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생각한 지도 모르겠다. 이수의 선택에 응원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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