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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기 장편소설] 일곱 번째 배심원-THE 7TH JUROR "저는 변호사가 아닌 배심원입니다. 제가 무슨 수로 재판에 관여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 도서

by SOON PARK 2024. 10. 1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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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기 작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했다. 졸업 후 작가로 활동하며 [은밀하게 위대하게] [대한민국 1%]의 각본을 쓰고 [봉오동 전투]를 각색하는 등 수십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그의 첫 장편소설은 [ 일곱 번째 배심원]은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하는 '제2회 추미스(추리,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 일치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발생(發生) -사건이  발생하다.

시에서 운영하는 노숙자 보호소는 이미 만원이다. 

"멍구 죽는다.너무 춥다. 윤호야."

보호소를 나오는 강윤호를 보자마자 정명구가 달려와 팔짱을 끼었다. 지적장애가 있어 노숙자들 사이에서 '멍구'라 불리는 정명구는 새파랗게 질린 채 오들오들 몸을 떨고 있었다. 강윤호가 정명구의 이마를 만져봤다. 다행히 열은 없었다.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나. 막막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강윤호가 화산역 광장 한가운데 우뚝 솟은 시계탑을 바라봤다.

아직 11월이었지만 유난히 일찍 찾아온 추위로 시계탑의 온도계는 벌써 며칠째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9P-

 

고개를 갸웃하던 이명섭이 줌량을 최대한 당겨봤다. 그렇게 당겼는데 아직도 더 당길 게 남아 있다니, 다시 한번 렌즈 성능에 감탄하던 이명섭은 파인더를  가득 채운 시커먼 무언가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이내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명섭이 좀더 바짝 눈을 갖다 댔다. 물속에서 불어난 미역처럼 수면 위로 흐물거리는 시커먼 무언가.......아무리 봐도 사람의 머리카락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둥둥 떠 있는, 얼핏 나무토막같은 무언가는....... 사람의 팔. 그 끝에 달린 잔가지처럼 보이는 건 손가락이었다.

"으으으......"                   -14P-

 

비로소 홀가분해진 윤진하는 앞에 놓인 배심원 명단을 펼쳐 들었다.

김영진. 38세. 남자. 교사

여순옥. 55세. 여자. 주부.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기에 빠르게 명단을 훑어내리던 윤진하는 중간쯤에 적힌 이름에서 덜컥 멈춰 섰다.

'장석주? 동명이인이겠지.'

그러면서도 윤진하는 혹시나 싶어 이름 옆에 적힌 나이와 직업. 그리고 거주지를 확인했다.

62세. 남자. 무직. 화양도 영원시....

정말 그 장석주였다.       -41P-

 

"내가 수업시간에 말하지 않았나? 변호사의 무대는 현장이 아닌 법정이라고."

"그러니까 변호사는 범인을 잡는 사람이 아니라. 의로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사람이다 맞죠?"

"틀렸어."

"변호사는 의로인이 무죄판결을 받게 하는 사람이지, 무죄를 입증하는 사람이 아니야."

" 무죄를 입증하는 게 아니라, 무죄판결을 받게 하는 거라고요.?"

김수민은 민철기의 말을 연신 곱씹었다.

'설령 무죄가 아니어도 무죄로 만드는 게  가능할 수도 있다는 건가?'      -192P-

 

윤진하는 그토록 원하는 권력자가 결코 될 수 없을 것이다. 권력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함에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한 가지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움.

그것이 바로 권력자들에겐 없지만, 윤진하에게는 있는 한 가지였다.   -365P-

< 책을 읽고>  법정드라마나 영화는 많이 봤는데 소설로 접한 건 몇 안 되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소재에 전직대통령이 참여한다는 독특함에 읽게 되는 책이었다. 뭔가 무거울 것 같은 내용을 너무 잘 풀어쓰셨어  작가님 프로필을 더 자세히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시나리오 집필하셔서 뭔가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몰입감이 좋은 소설책이다.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면 좋겠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왠지 현실과 묘하게 오버랩되어서 많은 분들이 생각났지만 나쁘지 않았다.   

권성징악을 다루는 그들 내부 비리 이런건 언제 없어지려나? 보면서 내내 한숨이... 그들은 이렇게 비추어지는 게 좋을까? 근데 그게  또 틀린 것도 아니니 그들도 할 말이 없는 거겠지?  소설을 읽는 내내 내가 저런 일을 겪는다면 그 억울함을 어디에, 누가 나서서 날 보호해 줄까? 대변해 줄까?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들은 어디에 호소해야 하지... 이런 생각에 착잡해져 오며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저... 소설일 뿐이라고!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  강윤호나 정명구만의 일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비일비재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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