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에 들어선 순간,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상점가의 한 모퉁이였다.ㅋ
한쪽 건물 1층은 편의점을 겸한 주류 판매점, 다른 쪽건물 1층은 비디오 대여점. 그 두 건물 사이로 난 좁은 골목길.
길가에 무질서하게 세워 놓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양쪽 건물 앞에서부터 골목 입구까지 길게 늘어서 있고, 각종 입간판과 폐기물이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다 보니 자칫하면 거기 골목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 9p -
"소문에 따르면 꼬마 귀신이 나온대."
"...그래?"
적당히 흘려듣고 있었는데 꼬마 귀신이라는 말이 묘하게 인상에 남았다.
"우리 집이 이사 왔을 때는 여기가 '미도리장'이라는 이름의 빌라였거든. 그런데 건물이 별로 낡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골조만 남기고 모조리 철거해 버리더니 새로짓더라고. 사람이 자꾸 죽으니깐 다들 이사 가 버리고 여기 살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새로 지은 거래."
미도리장. 하이츠 그린 홈...
"귀신이 얼마나 어린데?" - 82p -
나는 방바닥에 누워 머리를 감싸 쥐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걸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설명할 수 없는 불쾌감. 무언 전화. 개봉된 편지. 백지 편지와 유서. 고양이 사체. 섬뜩한 낙서. 이웃 주민의 죽음. 예언.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한 짓일까. -114p -
"...악령?"
이즈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터가 안 좋다고들 하잖아. 여기가 딱 그런 곳이거든. 온갖 안 좋은 일들을 불러일으키는 장소, 그런 식으로 죽은 사람은 여기 붙잡혀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돼. 혼자 갇혀 있으면 외로우니까 친구를 원하게 되고."
"왜 터가 안 좋은데?"
내 질문에 이즈미는 고개를 저으며 그 이유는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 아무나 불러들이는 건 아니야. 보통은 자기들 마음에 든 사람만 붙잡지. 그런데 히로시 널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하루빨리 여기서 나가는 편이 좋을 거야." -129p -
<책을 읽고> 호러물은 밤에 읽기에 딱이다. 이해하지 않고 봐도 되는 초자연적인 현상들과 귀신들의 등장! 역시 귀신을 일본 귀신인가? ^^:: 하지만 생각보단 무섭지 않다는것 ...그리고 생각보다 감동적이며 슬픔도 녹아있는 묘한 작품이다.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재혼으로 빌라에서 혼자 살게 된 주인공 히로시! 돌아갈 집이 있지만 내 집이 아닌 것 같고, 가족이 있지만 내편이 없는 가족! 아직 어린 16살 아이는 이렇게 홀로 자취를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음침한 < 하우스 그린 홈> 빌라는 유령 빌라로 소문이 난 곳이다.
첫 입주날부터 이상한 말만 하는 아이 이즈미, 노란 분필로 죽은 사람들을 그리는 노란 원복의 아이! 싸늘한 이웃들! 의문의 편지들과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괴상한 소리의 정체를 알 수없어하던 중. 히로시는 잠재되어 있던 기억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잊고 싶었던 기억들 지워버렸던 그날! 그 사건이 바로 유령 빌라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히로시는 이제야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고 기분 나쁘기만 했던 이즈미가 자신을 도와주려는 걸 알게 되며 친구가 된다.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진실은 밝혀지는데.... 이 소설책은 그저 귀신이 나와서 무섭다고 말하기엔 오노 후유미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 좋았다. 그래서 나름 슬프기도 한 책이었다. 호러책을 보고 눈물이 글썽인 건 이 책이 첨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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