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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부를 가지러 교무실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변민희의 뒤통수였다. 학생 주임의 두꺼운 손바닥이 머리통을 내리칠 때마다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나풀거렸다. 그 사이로 힐끗힐끗 드러나는 얼굴을, 나는 이상하게 홀린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자그마한 얼굴에는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충돌하며 반항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마와 볼은 동글동글했지만 턱은 뾰족했고 코는 짧고 자그마했지만 눈은 쌍꺼풀 없이 길쭉했다. 특히 인상적인 게 바로 눈이었는데, 관자놀이 쪽을 손가락으로 밀어 올린 것처럼 꼬리가 올라가서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났다. -7p-
엄마는 나를 묶었던 매듭이 절대 풀리지 않는 매듭이었음을 실토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어."
엄마가 다른 존재를 딱하게 여긴 적은, 내 기억으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딸인 나조차도 엄마 세계에서는 엄마를 불쌍하게 만든 가해자였다.그랬기에 나는 언제나 미안해해야 했다. - 12p-
한 달이 지나도 변민희가 돌아오지 않자. 변민희 아빠는 한정철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곳곳에서 일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피켓 뒷면에는 실종 전날 오거리에서 변민희가 한정철에게 맞는 모습을 목격하신 분은 연락 달라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시장 입구나 학교 교문에서 피켓을 든 변민희 아빠를 볼 때면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곤 했다. -54p-
"경기도 지안시 금영구에 있는 금영산에서 대단지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에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큰 공사가 전면 중단되었는데요. 현장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김수아 기자 상황이 어떤가요.?"
나는 젓가락을 허공에 든 채로 멍하니 뉴스를 바라보았다. 속보 마크가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기자 뒤로는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109p-
입 밖으로 옅은 숨처럼 제발이 삐져나왔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나의 엄마를 쏙 빼닮은 나의 딸을 , 아직은 따뜻한 나의 딸을 한참 동안 안고 있었다. - 259p-
<책을 읽고> 책 제목 mymy 는 내가 학교 다닐 당시 최고의 획기적이고 놀라운 신문물이었던 휴대용 카세트테이프를 말하는 거였다. 난 흰색을 아빠가 선물해주셨는데.... 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소설에서 마이마이랑 교복 입은 소녀의 연대가 떠오르며 흥미롭게 나를 자극했다.
그 당신 최고의 유행템이 였으니 도난 사고도 진짜 많긴 했었다. 소설의 발단도 미화부장의 빨간색 마이 마이가 없어지고 변민희가 훔쳤다가 제자리로 가져다 놓는 모습을 목견한 주인공이 사건에 얽히게 되는 시초가 된 매개체인 것이었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그저 나라는 존재로만 나온다. 이점이 참 색다르고 신선했다.(주인공은 그저 반장. 팀장. 딸로 만 불리어진다.) 주인공 이름을 찾으려고 한번 더 빠르게 읽어 나가기도 했었다 ㅎㅎ
주인공은 15살 엄마와 단둘이 산다. 다정다감한 엄마는 아니였어도 자신을 버리지 않고 어려운 환경 속에 억척같이 일하며 딸을 공부시키는 모습에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그저 어린 중학생이다. 하지만 한 번씩 보이는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뭔가 싸하다. 반항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이 비정상적인 게 보인다. 너무 모순적으로 철저하게 위선적으로 사는 그녀의 방식이 위태롭다 모든 게 엄마의 영향 같았다. 그래서 엄마에게 반항하고 미워할 법도 할 텐데.... 주인공은 엄마를 끝까지 챙긴다. 그 마음을 알 것 같으면서도 그녀의 삶이 안타깝기만 하다.
친구 변민희가 실종되고 거짓말로 담임 선생님과의 연문이 있었다고 소문을 내게된다. 당연히 선생이 용의자로 지목을 당하게 되고 변민희 아빠는 딸을 찾아다니고 선생님은 그 말 때문에 인생의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남의 말을 함부로 지어내서 하는 건 정말 무서운걸 새삼 또 되새기게 된다. 한번 뱉은 말은 주어 담을 수 없는 법! 명심하자!
소설의 마지막은 더 의미 심장했다. 미혼모로 딸을 낳은 그녀. 이제 자신이 엄마가 되었다. 자신의 과오와 살아온걸 후회라도 하듯이 딸을 잘 키우려는 주인공에게 찾아온 절규! 신은 그녀를 용서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소설에선 범인을 찾는 노력은 주인공이 한다. 그 이유는 책을 읽다보면 금방 나온다. 그만큼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었다. 한자리에서 다 읽어버려야 속이 시원한 책이었다.
범죄 소설임에도 긴박하거나 분석과 추리를 요하는게 아닌 독특한 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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