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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장편 소설] 구원의 날 - "그럼 나 왜 버렸어?"

한국 도서

by SOON PARK 2024. 10.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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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화가 불끈 나 손잡이를 힘껏 양옆으로 흔들었다. 그때 남자는 알지 못했다. 그 생각지 못한 어떤 것이 진실의 수면 위로 떠오르려고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 됐다."

다섯 번째로 힘을 줘 흔들었을 때, 노가 위로 들렸다. 어디에 박혀 있었는지 부유물들이 부옇게 올라왔다. 분위기고 뭐고 일단은 이곳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괜히 여기서 분위기를 잡다가는 또다시 노가 박히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 저게 뭐야?"

남자가 앉은 쪽 배 옆에서 뭔가 허연 것이 떠올랐다. 발견한 것은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가 먼저였다. 여자는 시력이 좋지 않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곳을 향해 상체를 기울였다. 남자도 뭔가 싶어 뒤를 돌아본 순간, 여자를 향해 보지 말라고 소리치려 했다. 하지만 여자의 비명이 더 빨랐다.

" 꺄아아아악!"                                              -7p-

 

선준은 주머니에서 잘 접힌 서류 한 장을 꺼내 들어 양 형사의 책상 앞에 놓았다. 양 형사의 고개가 그쪽으로 기울어졌다. 영인대학병원 정신과에서 발행한 정신병원 입원 소견서였다.

분노조절 장애가 심해지고 있어요. 지금은 가급적 예원 씨를 자극하는 것과 분리해야 해요. 예원 씨의 경우 그게 선우고요. 아이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원 씨를 위해서라도 입원치료를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잘못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어요.                                    -21p-

 

자신은 선우를 잃어버린 피해자가 아니었다. 선우가 당연하게 받았어야 할 사랑과 평안한 일상을 빼앗은 가해자였다. 그런 사실이 매 순간마다 예원의 가슴을 베었다.                -70p-

 

" 이제는 네 엄마가 이해가 돼. 엄마도 무서웠을 거야. 너한테 나쁜 엄마일까 봐.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널 다치게 할까 봐 무서웠을 거야.' 

예원이 로운의 손을 마주 잡았다. 로운의 눈을 정면에서 똑바로 응시했다.

" 널 지키기 위해서 떠나게 하지 마."

한 발짝 뒤에 떨어져 있던 선준은 안도했다. 더 큰 문제로 번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로운도 더 이상은 무모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로운의 자해가 멈추길 바랐다.             -156p-

 

그의 아내도 그랬다. 아이를 처음 낳고 모든 것이 생소했다. 그녀도 아이의 엄마가 되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낯설 수밖에 없었고, 실수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로부터 완벽한 모정을 당연하게 강요받았다. 화는 낼 수 있지만. 화풀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검열했다. 아이를 혼내고도 단순히 화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교육 때문이었는지를 계산하며 남몰래 괴로워했다. 손.... 절벽 앞에 선 상황이라면 손을 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주 잠깐이었다. 

                                                                                                                                                                                      - 255p-

 

<책을 읽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나서 혐오하고 멀어지게 만드는 단어가 있다. 바로 유괴, 실종, 아동학대란 단어다. 매스컴에서 학대로 죽은 아이들이 나오거나 유괴,납치 뉴스가 나와 범인이 잡히면 난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욕지걸이를 날리며 온갖 악담을 정성껏 실어 그들에게 보낸다. 꼭 천벌을 받았음 해서이다. 

그래, 혜원을 보면서...어찌 미치지 않고 살겠는가. 못 견디지... 내 눈앞에서 자식이 죽는 걸 봐도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 텐데 아이가 실종되었고 누군가 아이를 봤다면 나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소설을 읽는 중간중간 눈물을 글썽이며 부모의 마음은 다 비슷하겠구나. 공감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나도 아이 키울 때 아무리 사랑스럽고 좋아도  내 목숨을 내어주는 아이여도 내가 아프면 날카로워졌고 힘없는 아이에게 화를 냈던 그리고 미안해했던 때가 있었다. 아이는 금방 용서해 주며 안겼다.  

마지막 장면은 눈물이 그냥 흐른다. 많은걸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지금 현재도 아픔을 겪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다. 그들에게도 기적 같은 일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픔을 치유할 수 있게 모두 제자리로 아무 일 없이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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