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허기가 졌다. 정사를 마치고 나면 늘 그랬다. 뭔가 먹을까,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온몸에 뒤집어쓰고 있는 땀을 씻어내는 것이 더 시급했다. 욕실로 가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려다가 문득, 현도직은 뒤를 돌아보았다.
이불을 덮고 있는 여자의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흐트러져 있었다. 머리카락에 멈췄던 시건이 목선을 타고 내려갔다.이불안에 감춰진 몸이 아직 나체인 것을 떠올리자 지난밤의 성취감이 척추를 타고 흘렀다 -9p-
'psychopath' 사이코 패스라는 말이 나오자 학생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단어 하나에 집중하는 학생들을 보며 도진은 자기도 모르게 비죽, 웃었다. 잔인성에 대한 흥미는 모두가 가지고 있다. 이런 순간이 도진은 재미있었다. 세상이 경악할 만한 범죄가 벌어지면 사람들은 기사를 찾아보고 그 잔인성에 혀를 내두르지만, 손은 빠르게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찍힌 현장 사진과 자극적으로 묘사된 기사를 찾는다. 로맨스 영화는 300만 관객을 넘기 힘들어도, 살인에 관한 이야기는 쉽게 화제를 몰고 오고, 관객이 넘친다. -34p-
그는 즐거운 기분에 싱크대 하부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와 동시에 미소 짓던 입술과 반짝이던 눈과 흔들거리던 몸이 굳었다. 그가 놓쳐 버린 통조림이 바닥으로 굴렀다. 도진은 그것을 한참 보았다. 비가 그친 아침은 어느 날보다 청명한 햇살이 쏟아져 방갈로 안을 비췄다. 그리고 그 햇살의 끝에 싱크대 하부장에 버려진, 쓰레기처럼 구겨져 박힌 사람의 시신이 있었다.
비린내의 정체였다. -78p-
장주호가 그에게 했던 말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 했다.
'사이코패스라는 건 말이야, 알기만 하면 이용하기가 참 쉬워.'
'어디 너도 한번 벗어나 보라고.'
그는 히죽 웃었다. 함께 걷던 교도관이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354p-

<책을 읽고> 음...한마디로 먼저 말씀드리면 잔인하다. 아주 적나라하다. 살인의 묘사가 직접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이걸 드라마로 제작하게 된 걸까? 이 잔인함을 드라마에선 어떻게 미화시킬지도 의문이다. 꼭 봐야지^^ [유괴의 날] 이후 또 다른 정해연 작가님의 최강 미스터리 추리물이 될 것이다. 사실 마지막으로 갈수록 흥미로움이 조금 떨어지긴 했다. 아마도 초반부터 내달리는 필력이 대단해서 인지 모르겠다. 기대했던 더 큰 반전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 이 사람이? 아~ 그랬구나! 그리고.... 결국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교훈을 주는 게 씁쓸했다.
처음부터 형사를 사이코패스로 만들어 버리는 정해연 작가! 그리고 또 한 명의 사이코패스! 두 사람의 두뇌 싸움이 흥미롭다. 잔인한 거 싫으신 분들은 절대로 추천 안 하고 싶다. 하지만 정해연 작가의 소설은 한번 책을 펼치면 중독성에 완독을 하게 만든다. 그러니 책을 펼치기 전에 서평을 꼭 보기 바라본다.
정해연작가책 도장 깨기 중! (패키지 - 유괴의 날 - 악의(죽은 자의 일기) - 홍학의 자리- 용의자들 - 더블 - 구원의 날) 요기까지 다 읽었다. 나의 기억에 오래 머무르고 있는 건 역시나 ' 홍학의 자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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