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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장편 소설] 새의 선물 - "삶이 내게 할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

한국 도서

by SOON PARK 2024. 11. 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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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늙은 앵무새 한 마리가
그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갖다 주자
해는 그의 어린 시절 감옥으로 들어가버렸네
- 자크 프레베르, [ 새의 선물] 전문


/프롤로그/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그때 1969년 겨울, 나는 조그만 좌식 책상 앞에 앉아서 '절대 믿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목록을 지우고 있었다. 동정심, 선과 악, 불변, 오직 하나뿐이라는 말, 약속.... 마침내 목록을 다 지운 나는 내 가운뎃손가락 마디에 연필 쥔 자국이 깊게 파인 것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나는 인간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도 뭔가를 쓰다가 이따금 연필을 내려놓고 가운뎃손가락 마디의 옹이를 한참 내려다보곤 한다. 나는 삶을 너무 빨리 완성했다. ' 절대 믿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는 목록을 다 지워버린 그때,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13p-
 
아줌마들은 자기의 삶을 너무 빨리 결론짓는다. 자갈투성이 밭에 들어와서도 발길을 돌려 나갈 줄을 모른다. 바로 옆에 기름진 땅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한번 발을 들여놨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뼈 빠지게 그 밭만을 개간한다.
나는 아줌마가 자기의 삶을 한 발짝 벗어나서 바라보았으면 하고 생각해 왔다. 그것은 성실하고 선량한 사람의 삶에 드리워지는 그늘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했다.            -75p-
 
삶이란 장난기와 악으로 차 있다. 기쁨을 준 다음에 그것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 기쁨을 도로 뺏어갈지도 모르고  또 기쁨을 준 만큼의 슬픔을 주려고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너무 기쁨을 내색해도 안 된다. 그 기쁨에 완전히 취하는 것도 삶의 악의를 자극하는 것이 된다                  -343p-
 

 
<책을 읽고>  이 소설은 1995년도 출간된 책이  2022년 개정판으로 나왔다고 한다.  12살 진희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의 인생사가 꼬마가 느끼는 감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철학적이다.  자신의 환경 때문에  빨리 성숙해 버린 애어른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열두 살, 이미 삶을 완성한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낸 삶과 사랑의 진실에 대한 빛나는 통찰이라고 했다. 
어린 진희가 더 밝고 아픔이 없이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작은 시골 마을 할머니와 철없는 이모, 똑똑한 삼촌과  살아가는 진희. 그  어린아이눈에 비친 모순적인 어른들의  삶이 고스란히 전달된 것 같아 안타까웠던 것 같다. 무엇이든지 일찍 깨달아서 좋은 건 없다. 이모의 사랑을 지켜보며 사랑을 믿지 않게 되고, 광진테라 아줌마를 보며 남자들의 가부장적인 우월주의에 환멸을 느꼈을 테고, 남의 불행이 자신의 행복인양 온갖 소문을 내는 장군이 엄마, 자신과 엄마를 버렸던 아버지가 새 식구를 맞이하곤 뒤늦게 찾아와 딸에게 가정을 만들어주겠다며 손녀를 사랑으로 부모 없는 아이라 기죽지 않게 키우려고 했던 할머니 곁에서 뺏어가 버리는 역시나 냉정한 어른의 모습으로 기억되겠지? 진희는 서른이 넘어도 그저 12살 아이로 남아있는 것 같다. 그때 그 추억이 좋아서 간직하고 싶은 첫사랑의 느낌도 허상이었다.  서른이 된 진희도 그저 난 저들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며 냉철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새의 선물]은 반의적으로 쓰인게 아닐까 싶다. 사실은  새의 아픔!
지금 내 나이에 이해가 될 듯 말듯하고  인생을 살아보니  아! 하고 이제 알 것 같은 감정들을 12살이 느꼈다는게...조금 공감이 안되어 나에겐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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