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만 장편 소설] 돼지의 피 -" 어떤 일은 죽어야 끝난다." 잔혹함의 서사가 시작된다. 23년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최우수상작.
라텍스 장갑을 낀 손으로 안치호와 사준우를 차례로 방바닥에 끌어다 놓는다. 그리고는 주방용 고무장갑, 철사, 나이프, 커터, 비닐봉지를 한 곳에 놔둔다. 숨을 고르면서 생각한다. 안치호는 목이 와이어에 졸린 채로 질식되어 꿈틀거린다. 무기력한 반항이다. 안치호의 움직임 탓에 주머니에 들어 있던 갤럭시노트와 녹색 지포라이터가 슬금슬금 빠져나온다. 마치 살겠다고 기어 나오는 것 같다. - 9p - 박한서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의 말대로 자신이 안치호를 태워버린 건 사실이었다. 다만 발목만 남겼을 뿐. 그의 말이 자신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불안했다. 준우는 박한서의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넣어 검색했다. 그와 통화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박한서의 전화번호는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
한국 도서
2025. 1. 4.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