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 장편 소설] 소금 아이
프롤로그거실은 온통 붉은색이었다. 바람이 유순해 파도조차 게으르게 철썩이던 날이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화창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새파란 세상 속에서 오직 한곳만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거실 창을 깊숙이 파고드는 저녁노을이 아니었다. 붉은 색종이로 오려붙인 커다란 장미도 아니었다.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흘러나온 건 분명 사람의 피였다, 아니, 피였다고 했다. 그날 두 사람이 죽었다. 엄마와 남자. 그것이 전부였다. 6년 전 기억은, 파도가 쓸어 간 모래처럼 사라져 버렸다. 영원히 떠오르지 못하도록 깊이 더 깊이 침잠해 들어갔다. "가끔 그런 날이 있어. 온 우주가 나 하나 잘못되기를 기원하는 날. 단순히 운이 없거나 재수 없다는 말로 부족한....... 신이 작정하고 나를 파괴하..
한국 도서
2024. 9. 30.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