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 장편 소설]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 15년 전 끔찍한 사건은 그들의 우정도 깨어버리게 만들었다.
프롤로그남자는 쪼그려 앉아서 시체를 내려다봤다. 삽으로 찍은 뒷머리가 파여 희끗한 뼈가 드러나 있다. 새삼 인간의 뼈가 이렇게 단단했나 싶다. 그토록 여러 번 온 힘을 다해 내리찍었는데도 아직 견고하게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급소를 정확히 공격했으니 고통은 적었을 것이다. 깔끔한 마무리다. 그런데 갑자기 시체가 꿈틀거렸다. 남자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단번에 끝내는 것이 예의인데, 무례한 살인이 되고 말았다. 의식이 돌아오면 고통을 느낄 것이다. 남자는 다급한 마음으로 삽을 다시 들어올렸다. 그러고 고통을 끝내주겠단 선한 마음으로 머리를 다시 한번 내리찍었다. 쩍. 잘 익은 수박이 갈라지는 소리가 적막한 산을 울렸다. - 9p - 어릴 적 집 마당에 나가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컴..
한국 도서
2025. 2. 6. 14:17